내용
밤차를 타고 가면서 보면 붉고 푸른빛으로 얼룩진 어두운 산동네가 참 아름답습니다. 모두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어둠을 한 겹만 들추면 바로 그 자리에 있는 삶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속에 뒤엉켜 있는 사람들의 깊은 말도 모두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심지어 거기 살던 사람까지도 그리고 거기 살고 있는 사람까지도 말입니다. 그렇게 마을은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좀 더 편하게, 좀 더 쾌적한 삶을 지향하게 되고 그 지향은 '개발'이라는 당연한 과정을 야기합니다. 마을이 사라진다는 것은 작은 것이 큰 것에 의해 대체되는 과정입니다. 사라져 가는 마을을 조사한다는 것은 작은 소리를 듣는 것이고, 큰 것에 가려 보이지 않는 작은 것, 작은 소리를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마을을 조사하는 것은 구체적인 사람들의 생활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정리하고 그것의 역사적 위치를 재설정하기 위한 대단히 중요한 과정인 것입니다. '사람들의 삶이 곧 역사가 된다.' 라는 역사적 시각의 큰 축이 문화기획과 맞물려 구술사 채록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삶이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역사적 맥락을 재구성하여 현재적 의미가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작업 즉 현재화 작업과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구술사가 중요하게 인식된 계기는 사람들의 삶의 흔적과 그 형태가 지역문화의 원형으로서 귀중한 소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문화가 역사적 산물이라는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재의 삶이 곧 문화가 된다는 것은 역사적 맥락의 현재화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가 경기문화재연구원과 함께 기획,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사라져가는마을조사사업>은 경기도 마을 주민의 삶이 어떻게 지금의 경기도를 만들어 왔는가를 밝히는 대단히 귀중한 자료로 남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이제 시작하는 발걸음입니다만, 이번 용인 오리골마을 조사를 계기로 오리골마을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가진 역사가 어떻게 현재적 의미로 재탄생하게 될 것인지 기대가 큽니다.
더운 여름을 치열하게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일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런 중요한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남경필 경기도지사님과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4.12
경기도문화원연합회장 염 상 덕
자세한 내용은 원본(링크)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