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와 민중』에서 여전히 현재성을 갖는 문장들이 여럿 있다. 예를 들어 “한반도를 좁혀 놓고자 애쓰는 것이 정치·경제의 힘이라면, 그 한반도를 넓혀 놓는 작업은 문화가 해야 할 일이다” 같은 문장을 보라. 박태순은 이같은 문제의식으로 근대화·산업화·도시화 과정을 혹독히 겪어온 우리나라 온 국토를 직접 ‘발품’을 팔아 곡진한 엘레지(elegy, 悲歌)를 썼다. (중략) 우리에게는 지역을 상상하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모든 것은 예전처럼 계속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낡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영구혁명이듯이, 문화와 예술 또한 영구혁명의 속성을 띠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겨울 한복판 와중에도 봄의 지령(地靈)이 땅 밑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고영직 ‘겨울에서 봄을 기다리며: 민주주의와 문화적 상상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