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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평> <정책/이슈>
지역 문화예술교육 변화와 문화원 역할
김성하 |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게임’의 추가와 문화예술교육의 변화

‘새로운 밀레니엄’으로 기대에 부풀었던 때가 어느덧 지난 과거의 시간으로 물러나며, 이제는 4차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 이에 발맞춘 듯 문화예술도 지속적으로 변화와 전환의 파도를 맞고 있으며, 파도를 피하거나 회피할 수만은 없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문화예술 현장에 디지털 관련 기술이 접목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지원사업으로 [아트체인지업(Art Change Up)]을 지난 2020년 이후 지속하고 있다. 아트체인지업은 예술가와 시민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에 직면하여 예술 창작활동과 향유 활동이 온라인에서 지속 가능한지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비롯되어 이제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이 예술과 만나 기존의 전통적 방식으로 이해되는 예술로부터 새롭게 확장되는 예술에 대한 또 다른 실험의 장을 열고 있다.

. 현대연희 PROTOTYPE21

또한 지난 2022년 9월 문화예술을 정의하고 있는 「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기존의 문화예술에 게임, 애니메이션, 뮤지컬이 추가되었다. 즉 지금까지 문화예술진흥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문화예술이 “문학, 미술(응용미술 포함),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및 만화”였는데, 이제 “게임, 애니메이션, 뮤지컬”이 추가된 것이다. 특히, 게임이 법으로 문화예술로 정의됨으로써, 향후 문화예술 현장에도 다양한 변화와 전환의 파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예술과 만나는 것, 혹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예술을 만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예술을 만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을 예술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도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이와는 반대로 게임은 음악, 미술, 영상, 문학 등 다양한 기존의 예술 장르가 융복합적으로 만나 이루어지는 21세기를 대표하는 예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입장도 존재할 것이다.

이렇듯 상반된 찬반의 입장 대립을 통한 논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게임이 예술로 받아들여지고, 21세기를 대표하는 예술 장르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 5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는 대표적인 게임 기업인 ‘넥슨재단’이 주최한 제1회 [보더리스 공모전: PLAY판] 공연이 개최되었다. 넥슨재단은 본 공연을 통하여 게임과 예술의 경계를 재설정함으로써 게임의 예술적 가치와 사회문화적 가치를 확장함과 동시에 예술의 창작활동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공모전 참여팀 중 결선에 오른 세 팀의 공연이 있었으며, 우승팀인 ‘현대연희prototype21’의 경우, 게임 ‘메이플 스토리’의 캐릭터인 ‘검은 마법사’의 스토리에 전통예술인 봉산탈춤, 상여소리 등을 접목하였다.

. 이안 쳉 : 세계건설

게임이 예술과 만난 또 다른 사례로 리움미술관에서 있었던 [이안 쳉: 세계 건설(Ian Cheng: Worlding)] 전시가 있었다. 리움미술관 홈페이지(leeum.org)에 소개된 전시개요에 따르면, “이안 쳉은 인공지능과 게임엔진을 이용한 가상 생태계 작업으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로, 철학적 사유에 기반을 두고 기술을 통해 인간 의식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을 전개해 왔으며, 작가의 주요 작품을 모두 망라한 이번 전시는 비디오게임 엔진을 사용해 개발된 라이브 시물레이션 작업인 [사절(Emissaries)] 3부작(2015~2017)과 시뮬레이션 속에 사는 생각과 감정을 가진 인공 생명체 [BOB(Bag of Beliefs)](2018~2019), 그리고 작가의 인간 의식에 대한 탐구와 SF적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최신작 [BOB 이후의 삶(Life After BOB)](2021)으로 이루어졌다” *1) 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렇듯 예술이 게임 혹은 인공지능(AI)과 무한한 가능성의 길을 열어 놓고 있는 현장의 흐름이 과연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인지, 아니면 그 속도가 주춤하며 지체 혹은 정체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안 통과로, 게임이 문화예술에 포함되었다는 점은 국내에서 향후 예술 현장에 적지 않은 변화와 전환의 파도가 몰아칠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파도는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 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이라 함은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제1항제1호의 규정에 따른 문화예술 및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2조제1호의 규정에 따른 문화산업, 「문화재보호법」 제2조제1항의 규정에 따른 문화재를 교육내용으로 하거나 교육과정에 활용하는 교육”이다. 따라서 앞으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게임과 인공지능 관련 교육이 단지 기술교육이 아닌 문화예술교육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문화원, [전환의 문화학교] 통해 변해야 한다

. 전환의 문화학교

최근 문화예술교육은 국가 혹은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역, 즉 광역지방자치단체 및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문화분권 및 문화자치라는 문화정책 방향에 따라 중앙에서 추진하던 지역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 2022년부터 지방으로 이양되며, 향후 중앙정부는 각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정착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현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의해 지정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역할도 재점검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기존의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중앙에서 추진하는 지원사업을 받아 기초지방자치단체 단위의 지역 현장으로 사업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의 기반을 재구축하고 체계화하기 위한 정책 중심의 역할로 전환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또한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을 정착시키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광역과 기초의 협력, 지역 내 학교 및 문화예술 관련 기관 간의 연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이 중앙에서 지역으로 그 중심축이 전환되는 시점에 지역은 4차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함께 게임이 문화예술에 포함되는 파도를 동시에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은 이 모든 변화와 전환의 파도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경기도의 예를 들자면, 경기도 문화예술교육과 경기도를 구성하고 있는 31개 시·군의 문화예술교육의 지역 특성에 맞는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개념과 정책 방향 및 경기도와 시·군의 역할 등을 검토하고 추진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는 경기문화재단의 예술교육팀과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게만 주어진 의무가 아니다. 31개 시·군이 함께 준비해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경기도 기초지자체 단위에 지역문화재단은 31개 시·군 모두에 설립되어 있지 않다. 반면, 지방문화원은 31개 시·군에서 오래전부터 지역문화의 중심에서 그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역문화재단과 문화원의 연계, 협력은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일일 것이다. 하물며, 문화예술교육의 지형이 변화하고 있는 현재 경기도와 시·군이 함께 경기도 내 지역 문화예술교육을 정착시키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러한 연계, 협력은 더욱 필요한 일이다. 현재 경기도 내 문화원은 경기도문화원연합회와 함께 지역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문화학교’의 역할 재정립과 함께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문화학교’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 2021년 경기도문화원연합회와 문화원이 함께 고민했던 ‘문화학교’ 발전방안은 단지 지나간 행사로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현장에서 고민하고 토론하며 도출해 낸 결과는 최종안이 아니라, 더 큰 걸음을 위한 출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모두가 함께 긴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문화원이 과거의 시간에 머무르며 향토 문화에만 매여 있다면, 지금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할 수도 있다. 과거의 역사를 현재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이러한 변화와 전환의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문화원의 장점은 지역에서 지역의 역사문화를 가장 밀접하게 만나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장점을 기반으로 미래사회 주역으로 지역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서 그 첫 단추로 경기도문화원연합회와 문화원이 고민하고 계획하고 있는 ‘전환의 문화학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게임과 인공지능이 예술로 새롭게 다가오는 현재,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한 축으로 문화원이 재도약하기를 희망한다!

1) 리움 미술관(https://www.leeum.org//exhibition/exhibition02_detail.asp?seq=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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